깊이 생각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는 어떤 문제의 판단할 때 과학적 데이터를 참고한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가장 타당하고, 증명 가능한 근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술에 인체에 미치는 과학의 결론을 알아보자.

 

암 유발 가능성과 1급 발암 물질 지정. 2010년 유럽 성인 36만 명의 음주 습관과 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암 환자 중 남자 10명 중 1명(10%), 여자 30명 중 1명(3%)이 술로 인해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암 비율은 44%가 식도암, 후두 암, 인두암, 33%가 간암, 17%가 대장암, 직장 암으로 나타났고 여자는 대장 암보다 유방암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유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인체가 흡수한 발암 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해주고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강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DNA의 복제를 방해하거나, 활성산소를 만들어 DNA를 파괴해 암을 직접적으로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는 알코올과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이를 석면, 방사성 물질과 동급인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물론 위의 과학적 결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음주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많다. 가령 사람에 따라서는 음주를 하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진다든지, 혈액순환이 좋아진다든지, 피로가 풀린다든지,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의 힐링 등이 있다.

 

예를 한 가지 더 들어보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 한 달에 많게는 수백만 원씩 양육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그리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육아를 해야 하고, 그러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시간이 쪼들리게 된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면 단점만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점들도 많이 있다. 아이의 웃는 모습 한 번에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다든지, 아이들과 같이 울고 웃고 하는 아기자기한 일상의 행복 등이 있다.

 

우리는 종종 어떤 판단을 할 때 과학적, 객관적 근거들을 나열하면서 어떤 문제를 파악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런 가치들은 개개인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문제를 객관적 과학적인 잣대로만 들이대는 것은 인간 삶의 다양성과 인간 삶의 주관성을 파악하지 못한 피상적인 접근법이다. 물론 과학적, 객관적 관점의 판단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과학적,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숨은 것들을  가치 평가에 산입하여야 한다.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비로소 보이는 가치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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