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내적원리

우리나라에서 ‘왕따’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최근에 와서는 국내에서도 집단 따돌림 현상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피해 당사자의 자살, 가해 학생의 구속,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왕따 문제를 분석해보면 왕따의 대상은 대부분이 상대적 약자들이다. 약자를 향한 왕따는 상대의 보복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한 데다 한국 혼혈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엄청나게 당했다는 연예인의 고백을 본 적이 있다. 왕따의 대상이 힘세고 강한 아이들이 되는 경우는 없다.


힘없는 아이들을 왕따 시킴으로써 나는 힘 있는 아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스스로가 권력자의 위치로 올라설 수가 있는 자기 우월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 왕따 참여하는 모두는 같은 공동의 적을 둔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왕따 시키는 데 동참함으로써 자신은 왕따 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보험을 들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강한 아이에게 당했던 억울함과 분노를 고스란히 약한 아이에게 표출할 수가 있어서 대리 복수의 효과도 있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의 세계에만 왕따의 메커니즘이 적용될까?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왜곡된 병리적 현상들이 더욱더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다. 사회적 소수인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과 악마화, 장애인에 대한 비하 등의 문제에도 고스란히 왕따 메커니즘은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의 회사생활이나 친목모임속에서도 은근히 왕따 메커니즘은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자신의 존재 활동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군림을 통해서 찾으려는 왜곡된 심리 상태를 냉철히 바라보지 못한다면 사회적 왕따 현상은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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